🔻 지난 번 글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글은 대수술 후 생사의 갈림길에서 돌아온 아이와 애틋한 재회와 집에서의 간병 기록입니다.
1. 노견 간병 시작 : 안도의 깊은 잠
드디어 퇴원일 오후, 동물병원 입원실에서 달려 나오는 강아지는 좀 말랐지만 매우 신나 보였습니다.
24시간 동안 많은 인원들이 전문적으로 케어를 해주는 큰 병원이었는데도 얼른 떠나고 싶었는지 하네스를 꺼내자 스스로 달려들어서 앞발을 서둘러 넣었습니다.
동물병원 수납 수속을 마치고 1주일 분 진통제 및 간 영양제, 바르는 소독약, 연고를 받아왔고, 1주일 뒤에는 병원에서 실밥을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입원한 동안 낯선 환경과 소음이 큰 스트레스였는지 돌아오는 펫택시 안에서도 평소보다 얌전하게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동물 병원에서는 24시간 동안 케어하고 좋은 수액과 사료를 줬는데, 내가 집에서 해주는 노견 간병의 퀄리티가 아이한테는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습니다.
역시나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느꼈는지 돌아오자마자 엄청나게 활발하게 뛰어다니면서 먹을 것을 달라고 졸라댔습니다.

꿰맨 환부를 소독하고 밥을 주고 나니 병원에서 긴장해서 엄청 피곤했었는지 제 다리에 고개를 올려놓고 깊은숨을 몰아쉬면서 잤습니다.
제 허벅지를 베고 푹-푹 소리를 내면서 한참을 눈을 감고 자고 있어서 쥐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미리 강아지 이불도 깨끗하게 빨아놨는데도 제 체취가 있는 잠자리 중앙을 차지하고 푸-푸- 소리를 내면서 깊은 잠을 잤습니다.
또 엄청 졸린 와중에도 제가 돌아다닐 때마다 거실,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제 쪽을 바라보면서 다시 엎드려서 자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습니다.

안쓰럽긴 해도 이빨로 실밥을 뜯으려고 해서 넥 카라는 빼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병원에서 받아 온 딱딱한 플라스틱 넥카라를 예전에 쓰던 쿠션 넥카라로 바꿔주었습니다.
2. 퇴원 후 맞이한 첫 아침, 12살 노령견의 격한 폭풍 핥기
다음날 아침에는 엄청난 강도로 저의 얼굴 전체를 핥아대면서 깨웠습니다.
수술 부위의 날카로운 통증이 둔해지고, 속을 괴롭히던 담낭 염증이 사라지면서 아이가 느끼는 몸의 가벼움과 기쁨을 격한 애정 표현으로 쏟아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배고프고 맛있는 거 먹을 기운이 생겼다는 강력한 요구이기도 했죠.
병원 입원장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서운 선생님들과 주삿바늘이 기다렸겠지만, 오늘은 눈을 뜨니 집에서 견주의 옆에 있자 안도감이 폭풍 핥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처방약(하얀 가루 형태)을 섞어 먹여야 하기에 듀먼 화식 사료와 펫스웨트 이온음료, 40도 온수에 불린 반습식 사료, hill’s 습식 캔 사료를 번갈아가며 먹였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평소에 먹던 음식은 급여해도 되고 안 먹던 것이나 보양식은 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기존 식이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어, 갑작스러운 식단 변화로 인한 급성 설사나 소화 불량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습니다.
이미 췌장이 자극을 받은 상태에서 몸에 좋다는 이유로 안 먹던 보양식을 주면, 오히려 장내 미생물 환경이 깨져서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으니까요.
영양제는 혈액 응고를 막는 오메가3 계열을 제외하면 괜찮다고 하여, 이미 먹여 오던 사이노퀸, 질켄, 강아지 유산균 등을 같이 급여했습니다.

강아지는 약을 섞은 사료를 엄청 잘 먹고 그릇까지 깨끗하게 핥았습니다.